나의 폴라 일지
극지연구소 유튜브를 구독하고 있습니다. 북극곰과 펭귄을 동경한다면 생생한 얘기를 들을 수 있습니다. 평생 그 근처에 갈 기회가 없다면 더 유익하고 재미있습니다. 지난여름에 소설가 김금희 작가가 남극에 다녀왔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20대 때부터 꿈꿨던 일이 현실이 된 겁니다. 약 한 달간 남극에서 지낸 일들을 엮어 책으로 냈습니다.
남극에는 지폐나 신용카드를 들고 가봤자 얻을 수 있는 게 없습니다. 월동 대원들에게 줄 초콜릿과 세종기지 도서관에 놓고 올 《경애의 마음》을 챙겨서 2024년 1월 27일 출발했습니다. 서울에서 파리와 칠레 산티아고를 거쳐 1월29일 푼타아레나스에 도착했습니다. 인간과 그것이 만들어낸 문명이 없는 자연 속에서 경이로움을 느끼고 싶었던 작가는 2월 1일 아침 10시 40분 드디어 남극행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세 시간 뒤 킹조지섬 프레이 기지에 도착했습니다. 말뚝을 대신한 얼음에 보트를 고정해놓은 남극이었습니다. 조디악(Zodiac)을 타고 마침내 세종기지 선착장에 도착하니 대원들이 반겨줬습니다. 작가는 펭귄이 되어 세종기지 구석구석을 둘러봤습니다. "남극 자체가 특별히 보호해야 하는 대륙이지만 그중에서도 환경적, 과학적, 역사적으로 존재 가치가 높아 조심히 접근해야 하는 공간을 남극특별보호구역(Antarctic Specially Protected Area), 줄여서 아스파(ASPA)"라고 부릅니다. 세종기지 근처에 있는 펭귄 마을인 나레브스키 포인트는 한국이 주도해서 제정한 최초의 아스파입니다. 김금희 작가는 펭귄 사진이 필요하다는 핑계를 대며 제일 먼저 방문했습니다.
완력을 과시하는 용감한 펭귄이 아니라 느리고 작은 존재가 신비롭게 보여주는 태연함에서 감동과 경이를 느꼈습니다. 떠날 때쯤 다시 만난 아기 펭귄을 보며 콧날이 시큰해졌습니다. "인간처럼 펭귄도 개종 좀 늦게 된 존재들이 있다는 사실이 왜 이렇게 고마울까. 가장 강한 것만 존속하지 않고 저마다 다른 힘과 속도를 지닌 존재들이 공존하는 것이야말로 자연의 질서라는 사실"을 늦둥이 펭귄을 보며 깨달았습니다. 남극에 오고 싶어 한 이유는 "다른 마음으로 세상을 살고 싶어서였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지구의 태초 모습과 가장 가까운 곳이 남극입니다. "원래 없었던 것은 앞으로도 없게 하는 것이 남극의 기본 규칙"입니다. 남극에 사는 이끼는 "남극에서 가장 흔하고 미미한 존재이지만 한편으로는 무릎을 꿇고 영접해야 마땅한 존재"라는 걸 배웠습니다. 고래의 움직임은 살아 있음 그 자체였습니다. "재생과 순환에 대해 말해주기 위해 이 지구라는 행성에는 남극"이 있습니다. "사람의 몸에도 나이테 같은 것이 있다면" 남극 경험은 인생에 굵직한 성장으로 남을 겁니다.
나의 폴라 일지/김금희/한겨레출판 20250130 320쪽 18,500원
덧1. 《나의 폴라 일지》는 한겨레 신문에 먼저 연재됐습니다. 더 많은 사진을 볼 수 있습니다.
덧2. 극지연구소 유튜브에서 남극에 다녀온 김금희 작가를 볼 수 있습니다.
덧3. 김금희 작가는 남극을 배경으로 하는 소설을 쓸 예정이랍니다.
남극에는 지폐나 신용카드를 들고 가봤자 얻을 수 있는 게 없습니다. 월동 대원들에게 줄 초콜릿과 세종기지 도서관에 놓고 올 《경애의 마음》을 챙겨서 2024년 1월 27일 출발했습니다. 서울에서 파리와 칠레 산티아고를 거쳐 1월29일 푼타아레나스에 도착했습니다. 인간과 그것이 만들어낸 문명이 없는 자연 속에서 경이로움을 느끼고 싶었던 작가는 2월 1일 아침 10시 40분 드디어 남극행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세 시간 뒤 킹조지섬 프레이 기지에 도착했습니다. 말뚝을 대신한 얼음에 보트를 고정해놓은 남극이었습니다. 조디악(Zodiac)을 타고 마침내 세종기지 선착장에 도착하니 대원들이 반겨줬습니다. 작가는 펭귄이 되어 세종기지 구석구석을 둘러봤습니다. "남극 자체가 특별히 보호해야 하는 대륙이지만 그중에서도 환경적, 과학적, 역사적으로 존재 가치가 높아 조심히 접근해야 하는 공간을 남극특별보호구역(Antarctic Specially Protected Area), 줄여서 아스파(ASPA)"라고 부릅니다. 세종기지 근처에 있는 펭귄 마을인 나레브스키 포인트는 한국이 주도해서 제정한 최초의 아스파입니다. 김금희 작가는 펭귄 사진이 필요하다는 핑계를 대며 제일 먼저 방문했습니다.
완력을 과시하는 용감한 펭귄이 아니라 느리고 작은 존재가 신비롭게 보여주는 태연함에서 감동과 경이를 느꼈습니다. 떠날 때쯤 다시 만난 아기 펭귄을 보며 콧날이 시큰해졌습니다. "인간처럼 펭귄도 개종 좀 늦게 된 존재들이 있다는 사실이 왜 이렇게 고마울까. 가장 강한 것만 존속하지 않고 저마다 다른 힘과 속도를 지닌 존재들이 공존하는 것이야말로 자연의 질서라는 사실"을 늦둥이 펭귄을 보며 깨달았습니다. 남극에 오고 싶어 한 이유는 "다른 마음으로 세상을 살고 싶어서였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지구의 태초 모습과 가장 가까운 곳이 남극입니다. "원래 없었던 것은 앞으로도 없게 하는 것이 남극의 기본 규칙"입니다. 남극에 사는 이끼는 "남극에서 가장 흔하고 미미한 존재이지만 한편으로는 무릎을 꿇고 영접해야 마땅한 존재"라는 걸 배웠습니다. 고래의 움직임은 살아 있음 그 자체였습니다. "재생과 순환에 대해 말해주기 위해 이 지구라는 행성에는 남극"이 있습니다. "사람의 몸에도 나이테 같은 것이 있다면" 남극 경험은 인생에 굵직한 성장으로 남을 겁니다.
나의 폴라 일지/김금희/한겨레출판 20250130 320쪽 18,500원
덧1. 《나의 폴라 일지》는 한겨레 신문에 먼저 연재됐습니다. 더 많은 사진을 볼 수 있습니다.
덧2. 극지연구소 유튜브에서 남극에 다녀온 김금희 작가를 볼 수 있습니다.
덧3. 김금희 작가는 남극을 배경으로 하는 소설을 쓸 예정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