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쓴 원고를 책으로 만든 책 - 새끼 고양이, 길 잃은 고양이, 집 없는 고양이를 위한 지침서
고양이가 쓴 책이 있습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고양이가 타이핑한 원고를 번역한 책입니다. 원고는 숫자와 문자의 조합으로 이뤄진 암호문처럼 보였습니다. 넓적한 앞발로 자판을 친 오타임을 알아채자 원고는 사람이 아니라 뛰어난 지능을 지닌 고양이가 쓴 것이 분명했습니다. 오타에 익숙해지자 제대로 타자한 원고처럼 번역할 수 있었습니다. '인간과 고양이의 관계에 대한 비법과 처세술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책(18)'이었습니다. 고양이가 인간을 접수하는 걸로 시작합니다.
'고양이가 인간 세계로 들어가는 일'을 접수한다고 해. 고양이가 인간의 집으로 들어가는 순간, 하룻밤 사이에 '인간의 습관과 버릇도 바뀌고, 집도 더 이상 인간의 것(18)'이 아니라 고양이 차지가 돼. 이걸 접수하기라고 부르지. '인간 남자는 대체로 불안정한 종이야. 게다가 특히 집안 문제에는 우유부단하지. 이런 면을 이용하면 인간 남자를 다루기란 식은 죽 먹기야(35)'. '인간이 사물이나 동물을 인간에 비겨 표현하는 것(40)'을 의인화라고 해. '인간 남자를 다룰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항상 남자가 자기 마음대로 하고 있다고 생각하게끔 만드는 거야(36)'. 인간 남자의 이런 생각을 이용해 적당히 구워삶으면 인간 남자는 고양이를 인간 여자와 같은 존재로 여기게 돼.
인간 남자를 구워삶는 방법을 인간 여자에게 쓰면 안 돼. '인간 여자도 우리 고양이랑 똑같은 방법을 인간 남자에게 써먹기 때문이야(40)'. '인간 여자를 우리 고양이와 비슷한 존재로 생각하도록 해.' '그러면 인간 여자는 늘 고양이 편에 서서 인간 남자에게 맞서는 동맹군이 될 거야. 그다음에는 인간 여자와 함께 안락하고 평화로운 휴전 상태로 살 수 있어(42)'. '인간 아기가 고양이를 괴롭히는 이유는 고양이를 자기와 똑같은 인간 아기로 여기기 때문이야(46)'. 인간은 의인화를 잘하기 때문이지.
침대는 좋은 잠자리야. '인간은 고양이가 침대에 올라오지 않기를 바라면서도 한편으로는 올라오기를 은근히 바라지(49)'. 그래서 인간은 모순덩어리야. '때를 잘 맞추고 습관을 잘 들으면(52)' 침대를 점령할 수 있어. '고양이가 인간에게서 보금자리를 얻고 그들을 부릴 수 있는 이유(50)'는 인간의 외로움 덕분이지. 인간의 집을 접수한 뒤에는 참을성과 끈기를 갖고 시간을 들이면 의자도 독차지할 수 있어. '고양이를 키운 뒤로 고양이가 주인이에요. 우리는 얹혀살아요.' 이런 반응이라면 '인간 가족이 고양이에게 완전히 굴복하고, 그 굴복을 오히려 즐긴다는 뜻(58)'이야. 이 전략이 통하면 인간이 아끼는 옷을 망치면 인간들은 더 좋아해. '잘 접수된 집이라면 고양이가 늘 가장 우선이 되어야 하니까(104)'.
우리가 내는 야옹 소리는 인간의 갓난아이 울음소리랑 비슷해. 그래서 '우리 고양이가 적당한 때에 불쌍하게 야옹 소리를 내면 인간 아이가 받는 것 같은 대접을 받을 수(126)' 있어. '인간을 완전히 꼼짝 못하게 만들기 위해 정말 효과적인 방법이 있어. 바로 소리 없이 야옹거리는 거야. 단, 지나치게 남발하면 안 돼. 꼭 필요할 때에만 써야 해(125)'. 소리 없이 울기가 왜 그렇게 효과가 큰지 딱 꼬집어 말할 수는 없어. 인간의 눈에는 '차마 목소리도 못 낼 정도로 큰 고통과 절실함을 합친 듯이 보이는 모양이야(128)'. 가장 얻기 힘든 것을 얻을 때 쓰면 아주 효과가 좋아.
'인간이 자기 일에 빠져 있을 때 제대로 방해할 줄 알아야 해(167)'. '인간을 방해하기 시작했다면 인간이 멈출 때까지 절대 포기하지 마. 끝까지 방해해야 해. 중간에 그만두면 안 돼. 그래야 인간을 잘 훈련시킬 수 있어. 그렇게 인간을 길들이면 인간은 무슨 일이든 시작하기 전에 고양이에게 허락부터 구할 거야(177)'. '아주 운이 좋아서 작가와 함께 살게 된 고양이는 정말 재미있는 놀이를 할 수 있지. 작가를 방해하는 거야. 작가라는 직업을 가진 인간은 조그만 구실만 있어도 글쓰기를 피하려고 하니까 고양이의 방해를 아주 고맙게 여기기 마련이야(171)'. 인간이 '일에 몰두하도록 놔두는 것은 우리 고양이의 수치(167)'야.
'고양이가 인간의 집을 접수하고 그 생활 양식을 받아들이기로 마음먹은 순간부터 고양이는 인간에게 수많은 혜택을 베푸는 것(137)'이니까 인간은 고양이에게 고마워해야 해. '하고 싶지 않은 일은 어떤 일이든 간에 하지 않아야 해.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인간에게 맞춰 억지로 하면, 독립적인 동물이라는 우리 고양이의 이미지가 깨질 수 있으니까(138)'. 우리 고양이는 외로움을 참을 줄 알지만, 인간은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는 존재야. '우리 고양이가 인간한테 힘을 행사할 수 있는 근본적인 이유는 인간이 외로울 때 고양이를 필요로 하기 때문인지도 몰라(149)'.
고양이 작가에 의하면 사람들은 고양이를 받아들이는 주인이라고 믿지만 사실은 고양이가 짠 치밀한 계획이었습니다. 인간은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는 존재라는 걸 알고 있는 고양이들은 인간을 접수했습니다. 고양이 작가는 인간의 습성을 정확히 꿰뚫고 있습니다. 슬기로운 묘생 생활에 대한 천기누설이지만, 오히려 고양이를 대하는 인간이 꼭 배워야 할 교과서입니다. 고양이가 묘어로 쓰고 폴 갈리코가 영어로 번역하고 조동섭이 한국어로 옮긴 고양이를 위한 지침서는 어리석은 인간에 대해 경고하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고양이가 쓴 원고를 책으로 만든 책The Silent Miaow, 1964/폴 갈리코Paul W. Gallico/조동섭 역/윌북 20100910 200쪽 9,800원
'고양이가 인간 세계로 들어가는 일'을 접수한다고 해. 고양이가 인간의 집으로 들어가는 순간, 하룻밤 사이에 '인간의 습관과 버릇도 바뀌고, 집도 더 이상 인간의 것(18)'이 아니라 고양이 차지가 돼. 이걸 접수하기라고 부르지. '인간 남자는 대체로 불안정한 종이야. 게다가 특히 집안 문제에는 우유부단하지. 이런 면을 이용하면 인간 남자를 다루기란 식은 죽 먹기야(35)'. '인간이 사물이나 동물을 인간에 비겨 표현하는 것(40)'을 의인화라고 해. '인간 남자를 다룰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항상 남자가 자기 마음대로 하고 있다고 생각하게끔 만드는 거야(36)'. 인간 남자의 이런 생각을 이용해 적당히 구워삶으면 인간 남자는 고양이를 인간 여자와 같은 존재로 여기게 돼.
인간 남자를 구워삶는 방법을 인간 여자에게 쓰면 안 돼. '인간 여자도 우리 고양이랑 똑같은 방법을 인간 남자에게 써먹기 때문이야(40)'. '인간 여자를 우리 고양이와 비슷한 존재로 생각하도록 해.' '그러면 인간 여자는 늘 고양이 편에 서서 인간 남자에게 맞서는 동맹군이 될 거야. 그다음에는 인간 여자와 함께 안락하고 평화로운 휴전 상태로 살 수 있어(42)'. '인간 아기가 고양이를 괴롭히는 이유는 고양이를 자기와 똑같은 인간 아기로 여기기 때문이야(46)'. 인간은 의인화를 잘하기 때문이지.
침대는 좋은 잠자리야. '인간은 고양이가 침대에 올라오지 않기를 바라면서도 한편으로는 올라오기를 은근히 바라지(49)'. 그래서 인간은 모순덩어리야. '때를 잘 맞추고 습관을 잘 들으면(52)' 침대를 점령할 수 있어. '고양이가 인간에게서 보금자리를 얻고 그들을 부릴 수 있는 이유(50)'는 인간의 외로움 덕분이지. 인간의 집을 접수한 뒤에는 참을성과 끈기를 갖고 시간을 들이면 의자도 독차지할 수 있어. '고양이를 키운 뒤로 고양이가 주인이에요. 우리는 얹혀살아요.' 이런 반응이라면 '인간 가족이 고양이에게 완전히 굴복하고, 그 굴복을 오히려 즐긴다는 뜻(58)'이야. 이 전략이 통하면 인간이 아끼는 옷을 망치면 인간들은 더 좋아해. '잘 접수된 집이라면 고양이가 늘 가장 우선이 되어야 하니까(104)'.
우리가 내는 야옹 소리는 인간의 갓난아이 울음소리랑 비슷해. 그래서 '우리 고양이가 적당한 때에 불쌍하게 야옹 소리를 내면 인간 아이가 받는 것 같은 대접을 받을 수(126)' 있어. '인간을 완전히 꼼짝 못하게 만들기 위해 정말 효과적인 방법이 있어. 바로 소리 없이 야옹거리는 거야. 단, 지나치게 남발하면 안 돼. 꼭 필요할 때에만 써야 해(125)'. 소리 없이 울기가 왜 그렇게 효과가 큰지 딱 꼬집어 말할 수는 없어. 인간의 눈에는 '차마 목소리도 못 낼 정도로 큰 고통과 절실함을 합친 듯이 보이는 모양이야(128)'. 가장 얻기 힘든 것을 얻을 때 쓰면 아주 효과가 좋아.
'인간이 자기 일에 빠져 있을 때 제대로 방해할 줄 알아야 해(167)'. '인간을 방해하기 시작했다면 인간이 멈출 때까지 절대 포기하지 마. 끝까지 방해해야 해. 중간에 그만두면 안 돼. 그래야 인간을 잘 훈련시킬 수 있어. 그렇게 인간을 길들이면 인간은 무슨 일이든 시작하기 전에 고양이에게 허락부터 구할 거야(177)'. '아주 운이 좋아서 작가와 함께 살게 된 고양이는 정말 재미있는 놀이를 할 수 있지. 작가를 방해하는 거야. 작가라는 직업을 가진 인간은 조그만 구실만 있어도 글쓰기를 피하려고 하니까 고양이의 방해를 아주 고맙게 여기기 마련이야(171)'. 인간이 '일에 몰두하도록 놔두는 것은 우리 고양이의 수치(167)'야.
'고양이가 인간의 집을 접수하고 그 생활 양식을 받아들이기로 마음먹은 순간부터 고양이는 인간에게 수많은 혜택을 베푸는 것(137)'이니까 인간은 고양이에게 고마워해야 해. '하고 싶지 않은 일은 어떤 일이든 간에 하지 않아야 해.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인간에게 맞춰 억지로 하면, 독립적인 동물이라는 우리 고양이의 이미지가 깨질 수 있으니까(138)'. 우리 고양이는 외로움을 참을 줄 알지만, 인간은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는 존재야. '우리 고양이가 인간한테 힘을 행사할 수 있는 근본적인 이유는 인간이 외로울 때 고양이를 필요로 하기 때문인지도 몰라(149)'.
고양이 작가에 의하면 사람들은 고양이를 받아들이는 주인이라고 믿지만 사실은 고양이가 짠 치밀한 계획이었습니다. 인간은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는 존재라는 걸 알고 있는 고양이들은 인간을 접수했습니다. 고양이 작가는 인간의 습성을 정확히 꿰뚫고 있습니다. 슬기로운 묘생 생활에 대한 천기누설이지만, 오히려 고양이를 대하는 인간이 꼭 배워야 할 교과서입니다. 고양이가 묘어로 쓰고 폴 갈리코가 영어로 번역하고 조동섭이 한국어로 옮긴 고양이를 위한 지침서는 어리석은 인간에 대해 경고하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마지막으로 한마디 더. 이런 인간의 사랑이 막대로 맞는 것보다 더 아플 수 있으니 조심해. 인간은 사랑하다가도 사랑을 버리고 떠날 때가 많아. 우리 고양이는 절대 그렇지 않지만.(152)
고양이가 쓴 원고를 책으로 만든 책The Silent Miaow, 1964/폴 갈리코Paul W. Gallico/조동섭 역/윌북 20100910 200쪽 9,800원